The Goat and The Well from Benjamin Cady on Vimeo. 심플하지만 재밌는 작품이 또 하나 있어 소개해봅니다. 크로키에 가까운 심플한 그림체로 그려냈지만 두 주인공의 행동과 표정이 잘 드러나있고 작품 내에서 벌어지는 상황도 꽤나 익살맞아서 5분 가량의 러닝타임 내내 재미지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명확한 선악 구분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골칫덩이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 중에 이런 스타일이 적잖게 있는 모양입니다. 도 그 중 하나겠죠? 이 작품은 미국 뉴포트 대학의 학생이었던 제작자 분께서 졸업 작품으로 만드신 단편으로, 오타와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등의 자리에서 베스트 대학생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학생 이름으로 올라오는 ..
이 블로그에서는 6월 5일 자로 올라온 exci님의 Ultravision 소개글을 끝으로 'BMS'라는 컨텐츠를 더 이상 다루지 않습니다. Q&A에서 이미 한참 전에 언급을 했던 부분인데 가끔씩 모르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서 짤막하게라도 따로 글을 남겨보려 합니다. BMS에 관련된 포스팅은 앞으로 이 블로그가 아닌 Rainbow.Box에서 이어집니다. 실제로 지난 6월 9일부터 이 곳에서 새로 포스팅을 시작해 느릿하게라도 이것저것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있다면, BMS라는 컨텐츠와 이 블로그에서 소개하는 다른 컨텐츠들이 서로 잘 어우러지지를 못하는 것 같다, 정도일까요? 영화나 소설, 플래시게임 같은 것들에 비해 BMS는 지극히 마이너스러운 녀석이라서 '같이 다룰 바에야 차라리 분업을 하자'라고..
Murmuration from Sophie Windsor Clive on Vimeo. 이 영상을 보고 Murmuration이라는 단어가 무슨 의미인가 한번 살펴봤더니 '찌르레기 떼'라는 뜻이 있더군요. 제목은 그를 뜻하는 모양입니다. 정말 대단했습니다. 여행 중에 우연히 마주하게 된 수백마리의 새들. 그들이 보여주는 화려한 비행을 담은 2분 남짓의 짧은 영상입니다. 실제로 영상에서 등장하는 시간은 1분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보여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마치 동선을 미리 짜놓기라도 한 듯이 일정한 대형을 유지하며 날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실제로 보면 얼마나 소름이 끼칠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쉽게 볼 수 없는 장..
소란한 보통날 | 에쿠니 가오리 장편소설 | 소담출판사 다 읽은 지는 꽤 오래 되었는데 어쩌다보니 감상문은 좀 늦게 내게 되었습니다. 워낙에 편하게 한장한장 읽어내려가서 그런걸지도 모르고, 그냥 속 편하게 얘기해서 귀찮은걸지도 모르고.. 하지만 이젠 귀찮아도 할 건 해야죠. 수능도 끝났는데 몸이나 머리는 제 말을 아직도 잘 안 들어요. 언제 한번쯤은 읽어봐야 되지 않나, 하고 생각했던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도 읽어보고 싶었고 미리보기로 살짝 접한 도 꽤나 끌렸고… 그러다가 우연히 기회가 생겨서 이 책을 처음으로 작가님의 소설을 접해보게 되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야금야금 읽었습니다. 그리고 느낀 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좀 독특하다. 다 읽고 나서 '소란한 보통날'이라는 이 책의 제목이 어찌..
Little Boat from nelson boles on Vimeo. 여기, 조그만 배가 하나 있습니다. 앙증맞고 예쁜 돛단배입니다. 이 배는 누군가의 품에서 떠나 바다를 유랑하기 시작합니다. 이 배는 정처없이 돌아다니던 중 또 다른 누군가와 만나게 됩니다. 그들은 이 배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위협을 하거나 가차없이 해를 입히기도 하고, 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4분 내내 잔잔한 분위기 아래 전개되지만 다 보고 나서의 느낌은 꽤나 남다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누군가를 만나 벌어지는 사건과 장애물들을 지켜보면서 두근거리기도 하고 심장을 바짝 졸이기도 하는 등의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시원한 푸른색이 보여주는 산뜻한 출발, 흙빛으로 둘러싸여 좌절만이 남은 중반부, 그리고 어디선가 찾아온 희망..
아, 아.. 씨발.. 아, 알았어.. 제발.. 쪼, 쪼지만 마라. 응? 말도 통하지 않을 녀석한테 본능적으로 그렇게 얼버무리면서 말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상상을 뛰어넘는 거대한 몸집 때문이기도 했고, 그 매서운 눈빛과 날카로운 부리가 충분히 나를 쪼아먹고도 남을만한 뭔가를 뿜어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음에도 나는 순간 내가 이 거대한 새 한 마리에게 말을 건넸다는 게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어버렸다. 동시에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냐고 나 자신에게 속으로 한 번 더 물어보았다. 당연히 답은 안 나온다. 주변에 누가 말해줄 사람도 없다. 새의 주변에는 알껍질의 파편 같은 것들이 쌓여있었다. 그걸 보고서 이 새가 알에서 막 부화했구나 하는걸 혼란스러운 와중에 간신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