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동생의 몸부터 챙겼다. 제일 따뜻한 자리라고 생각하고 뉘었는데 불안함은 채 가시질 않았다. 거의 맨 땅에 가까운 바닥이었지만 그래도 바깥보단 훨씬 나은 상황이었다.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외투를 벗어 누워있는 동생의 몸에 살포시 덮어주었다. 그제야 약간 안심이 되었다. 내 몸에서 오들오들 떨려오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럭저럭 참을만 했다. 연약한 몸에서 가쁜 숨소리가 들려왔다. 가여움과 동시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여기까지 업고 오는 동안 바로 뒤에서 들려오던 그 숨소리인데 지금이 훨씬 더 가쁘게 들렸다. 보온병을 꺼내 따뜻한 차를 먹여주고 싶었지만 동생은 앉을 힘조차 없어보였다. 나는 동생의 바로 옆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나무집은 생각보다 튼튼했다. 멀리서 봤을 땐 거센 눈발에 맥을 못 출 것처럼 허름..
아, 아.. 씨발.. 아, 알았어.. 제발.. 쪼, 쪼지만 마라. 응? 말도 통하지 않을 녀석한테 본능적으로 그렇게 얼버무리면서 말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상상을 뛰어넘는 거대한 몸집 때문이기도 했고, 그 매서운 눈빛과 날카로운 부리가 충분히 나를 쪼아먹고도 남을만한 뭔가를 뿜어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음에도 나는 순간 내가 이 거대한 새 한 마리에게 말을 건넸다는 게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어버렸다. 동시에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냐고 나 자신에게 속으로 한 번 더 물어보았다. 당연히 답은 안 나온다. 주변에 누가 말해줄 사람도 없다. 새의 주변에는 알껍질의 파편 같은 것들이 쌓여있었다. 그걸 보고서 이 새가 알에서 막 부화했구나 하는걸 혼란스러운 와중에 간신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