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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후기

소스 코드 (Source Code)

엠코 2012. 4. 8. 14:00

소스 코드 | 던칸 존스 연출 | 제이크 질렌할, 베라 파미가, 미쉘 모나한 주연


  요즘들어 '적당히'라는 말을 굉장히 자주 씁니다. 그 어떤 문제에도 저 세 글자가 들어가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해지거든요. 밥도 적당히 먹어야 체할 일이 없고 공부도 무작정 많이 하기보단 적당히 해야 더 효율이 생기고 정치도 도를 넘어서지 않고 적당히 해야 나라가 원활히 돌아가는 것처럼 뭐든지 적당해야 탈이나 찝찝함이 안 생깁니다. 영화도 마찬가집니다. 잘 만든 영화라 칭송받으려면 드라마(시나리오)에도 적당한 매끈함과 탄탄함이 필요하고, 대사는 인위적이지 않고 적당히 자연스러워야 하며, 혹여나 액션 장면이 있다면 찝찝함이 남지 않도록 적당히 깔끔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무리도 에둘러 넘어가지 않고 적당하게 지어줘야 하구요. 어딘가 부족해도 아쉽고 그렇다고 정도를 넘어서도 아쉬움이 남을 수 있기에 좋은 영화를 만든다는 건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소스 코드>라는 영화는 그 적당함의 선에 거의 맞춰진 깔끔한 작품이었습니다. 약간의 아쉬움을 제외한다면 수작이라 칭하는 것도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선 영화 자체는 정말 흥미진진했습니다. 한 열차가 폭발하고 이어서 어떤 남자가 어떤 어두침침한 공간에 갇혀서 누군가에게 지시를 받는 상황은 보는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열차가 폭발하기 8분 전으로 돌아가 폭탄과 범인을 찾아낸다는 설정도 개인적으로는 참신하게 느껴졌습니다(이건 SF물 많이 못 먹어본 제 탓도 크겠습니다만..).

  범인을 찾아야 한다는 임무를 받은 이후로 이어지는 초반 상황은 미처 정신차리지 못한 주인공으로 인해 조금 민망한 상황이 그려져서 찝찝했지만, 계속 진행되면서 생기는 긴장감과 몰입감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다 보고 나서도 '벌써 다 끝났나?' 싶을 정도로 체감으로 느끼는 영화의 전개 속도는 시원시원한 편입니다. 그러면서도 얘기할 것은 다 얘기하면서 깔끔하게 넘어갔던 터라 나머지들은 다 제쳐두고라도 영화의 재미는 정말 상당했습니다. 군살 없이 탁탁 넘어가는 와중에도 주인공에 얽힌 비밀이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극의 긴장감은 점점 더해가고 사건이 해결될 즈음에는 '이렇게 빨리 끝날수가..' 하는 아쉬움도 남게 되더군요. 그 정도로 몰입력은 대단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정도를 넘어서지도 않고 정말 적당하게 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아까 전에 살짝 언급했던 '약간의 아쉬움'에 대해 얘기한다면, 사실 영화를 다 보고 난 직후까지는 정말 군더더기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곱씹을수록 결말에 무언가 찜찜함이 한구석에 남게 되더군요. 결말은 제가 기대했던 '적당함의 선'에서 조금 무리하게 넘어선 감이 있었습니다. 스포일링이 취미는 아니라서 자세한 스토리 언급은 못하지만 이 영화의 결말은 얼개가 맞지를 않습니다. 일부러 붕 뜬 것처럼 환상을 그려낸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사실 그 장면들을 보는 동안에는 정말 감동적이어서 눈물을 흘릴 뻔하기도 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아리송한 감도 분명 있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끝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영화 자체는 정말 재미있게 봤고 내용 이해도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하는데 결말이 발목을 확 잡아채서 놓아주지를 않네요. 사실 저렇게 말해놓고도 결말은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확신도 잘 안 되구요. 결말에 대한 혼란을 잠시 제외시켜놓고 일단 결론을 내려본다면, 영화는 분명 재미있게 볼 수 있을거라 장담합니다. 내용 이해가 어렵다고들 하시는데 사실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는건 컨디션만 좋다면 한번 보는 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결말은 너무 깊게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냥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즐기기에는 진정 적당함에 가까운 영화였습니다.


  ps. 쓰다가 느낀거지만 생각도 적당히 하는 게 제일 좋은 듯 합니다. 쓰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 했더니 후기가 엉망진창이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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