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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보통날 | 에쿠니 가오리 장편소설 | 소담출판사

다 읽은 지는 꽤 오래 되었는데 어쩌다보니 감상문은 좀 늦게 내게 되었습니다. 워낙에 편하게 한장한장 읽어내려가서 그런걸지도 모르고, 그냥 속 편하게 얘기해서 귀찮은걸지도 모르고.. 하지만 이젠 귀찮아도 할 건 해야죠. 수능도 끝났는데 몸이나 머리는 제 말을 아직도 잘 안 들어요.

언제 한번쯤은 읽어봐야 되지 않나, 하고 생각했던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도 읽어보고 싶었고 미리보기로 살짝 접한 <달콤한 작은 거짓말>도 꽤나 끌렸고… 그러다가 우연히 기회가 생겨서 이 책을 처음으로 작가님의 소설을 접해보게 되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야금야금 읽었습니다. 그리고 느낀 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좀 독특하다.

다 읽고 나서 '소란한 보통날'이라는 이 책의 제목이 어찌나 와닿던지. 정말 제목에 충실한 이야기였습니다(이야기에 충실한 제목이라고 하는게 더 맞을까요).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미야자키 가족, 그 6명의 구성원들이 펼치는 평범하면서도 매력적인 이야기는 확실히 전에 본 적이 없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우선 이 작품에는 '갈등'이나 보통 소설에서 등장하는 '극적인 상황'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무언가 갈등이 일 것 같은 분위기에서도 이 작품에서는 평범한 일상이라는 듯 가볍게 넘어갑니다. 입양하기로 한 태아가 낙태되고, 애정을 가졌던 남자와 이혼하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정학을 당하는 등 가족 구성원들에게서 일어나는 일들이 결코 가볍게 넘어갈만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는 그냥 하나의 소란한 '해프닝'으로 끝내버린다는 점이 저에게는 꽤 독특하게 느껴졌습니다. 여태까지 극적인 분위기가 한번씩은 꼭 일어나는 소설들을 읽어오다보니…. 결말도 결말같지 않게 굉장히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무리가 되는데, 그렇다고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밍밍하고 재미없다?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한 가족의 하루하루를 특별한 수사법이나 미사여구 없이 평범하게 묘사하는데 그치지만, 오히려 그 평범함이 인물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오히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깔끔한 문장 덕분에 읽는 동안 지루하다는 느낌은 그닥 들지 않았는데, 글쎄요, 좋아할 사람은 좋아하지만 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긴 하겠다 싶었습니다. 일단 저는 전자에 가까웠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일본 소설 중에 이런 스타일의 문체가 많았던 것 같은데… 이런 스타일도 나중에 가면 밋밋하게 느껴지려나요?

+ 고토코의 남자친구로 등장하는 나오토라는 인물이 있는데, 소설에서는 거의 대부분 나오토를 풀네임으로 표기하더군요. 후카마치 나오토는 뭐뭐했다. 후카마치 나오토는 어찌저찌했다. 이런 식으로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주인공인 고토코가 그만큼 나오토에게 애정 어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붕 뜬 생각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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