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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후기

모털 엔진 (Mortal Engines)

엠코 2010. 8. 31. 18:19


모털 엔진 / 필립 리브 作 / 부키

판타지라는 게 으레 그렇잖아요. 상상만 해오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가 등장한다는 특징을 가진 장르가 바로 판타지인데, SF도 현실이 될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로써는 상상 속의 존재로만 남아있는 각양각색의 기계들이 등장하구요. 근데 요즘은 그 쪽의 작품들이 워낙에 많이 나오다보니 이젠 정말 특별한 게 아니면 '또 저런 거나 나오는구나.. 이젠 지겹다..' 하는 식인 것 같아요. 아무리 처음에는 두 눈을 확 휘어잡을 놀라운 상상의 세계를 그려낸다 할지라도 몇 십년만 지나면 그것도 이제는 상투적이라며 고개를 저어버리고 마는거죠.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 《모털 엔진》이라는 소설에 보여주는 사람들의 반응은 좀 이례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뭔가 솔직히 뜬금없습니다. 분명히 뭔가 런던이라는 이름은 나오는데 런던이 움직여서 광산 타운을 추격한다고? 사전 지식이 없으면은 이 첫 문장에서부터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듭니다. 저는 다행히도 어느 정도 세계관에 대한 예습(?)을 해온 터라 그 문장에 위화감을 느끼지는 않았고,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조금 더 흥미를 가지게 하더라구요. 야금야금 읽어가면서 조금씩 펼쳐지는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에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저도 꽤나 감탄했습니다. 이야, 역시 인간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달까요.

그런 상상의 세계에 더욱 집중을 할 수 있었던 게 있다면 풍부한 배경 묘사를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많은 분들의 소감처럼 세세한 부분까지도 꼼꼼하게 묘사를 해놓은 덕에 평소 머릿 속에 영상을 그려내며 읽는 저로써는 상상이 나름 잘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풍부하지만 결코 어렵지 않고 쉽게쉽게 넘어가질 정도로 쉬운 문체 덕에 문장이 빽빽히 들어차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원시원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세계관도 독특했고, 표현도 만족스럽다보니 작품성으로써는 뭐 말 할 것도 없겠다 싶었습니다. 이제 오락성만 따지면 되었던 거죠. 근데 막상 주욱 읽어가다보니 스토리의 진행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평범에 가까웠달까요. 어찌보면 무리한 시도를 하려다가 스토리를 개판으로 망쳐버리는 것보다는 흔히 알려진 이야기의 구조대로 진행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막상 전개가 생각 이상의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지 그 부분에서는 좀 아쉬웠습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또 당연한 것 같아요.

《모털 엔진》은 견인 도시 연대기 4부작의 첫번째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아직은 서막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이 작품은 충분히 첫번째로써의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충실히 잘 해냈다고 생각됩니다.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었지만 기대치에는 충분히 만족했던 이야기였고, 두번째 이야기인 《사냥꾼의 현상금》에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요즘들어 시간이 많이 촉박해서 책을 여유롭게 읽을 시간은 없지만, 조만간 시간이 나면 얼렁 두번째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피터 잭슨 감독님께서 이 작품의 영화화를 맡으셨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대하고 있고 개봉하면 꼭 극장에서 3D로 보고 싶어요. 얼렁 나오거라 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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