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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관람차 / 미나토 가나에 作 / 비채

개학 딱 하자마자 또 책을 하나 집어들었어요. 물론 학교에서도 독서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고 언급을 하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고3이면 만화건 소설이건 일단 접어두고 공부에 전념하는 게 요즘 세상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루트라고 봐도 무방한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질렀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고백>의 작가님 신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도서 카페에서 알게 되었다는 것이 바로 지름신의 축복까지 받아버렸다는... 아무튼, 어느 정도 기대를 한만큼 개학과 동시에 읽어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이 <고백>보다 더 낫거나 동급일 거라는 기대까지는 안 하고 있었어요. 작가님에 역자님에 출판사까지 같았으니 기대가 안 될리야 안 될 수가 없었지만, 워낙에 전작의 포스나 반전 등등의 요소가 대단했기에 아무리 같은 작가에 역자라도 그만한 흡인력을 자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박에 못을 박고 읽기 시작했죠.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은 전작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는 소설이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재미가 없는건 아니에요. 물론 <고백>에 비하면 흡인력이 떨어지는 건 애석하게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읽고 나면 그게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더라, 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듭니다. 전작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임팩트 강한 고백의 향연으로 인해 뒤통수가 얼얼한 상태로 계속 읽게 되다보니 그 몰입도가 상당했던 거죠. 그에 반해 이 소설은 임팩트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상당히 차분하고 절제된 느낌이랄까요? 천생의 이야기꾼이 긴장끈을 놓지 않고 일담을 죽죽 늘어놓는 듯한 스타일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침착하게 등장인물들 각각의 심리를 꼼꼼히 묘사하는 데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역시 미나토 가나에다' 싶을 정도로 흡인력이 대단했던 부분도 없잖아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스타일을 선봉으로 밀고 나가지는 않은 것 같다, 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고백>의 경우는 각 등장인물이 파트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얘기를 알고 있는 그대로 죽죽 뱉어내다보니 몰입감은 물론이요 설득력이 상당히 엄청났는데, 이번 작품은 시점이 3인칭 전지적(중간중간에 사토코라는 인물이 전화 통화를 하는 파트가 있지만 분량은 얼마 안 되니…)으로 정확한 경황을 알지 못하는 인물들의 심리와 상황 설명 등이 골고루 묘사가 되어있어서 수루루루룩 넘어가기보다는 천천히 곱씹어보면서 읽어가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읽는 동안에도 많이 했었습니다. <고백>보다는 오히려 그 이전에 읽었던 노자와 히사시 작가님의 <심홍>이 더 생각나게 하네요. 음음.

이 소설(정확히는 뒤에 역자님의 후기)을 읽으면서 알게 된건데 작가님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일일이 이력서를 작성하신다고 합니다. 사소한 엑스트라 한명한명에게도 하나의 캐릭터로써 세세하게 설정을 집어넣는다고 하시네요. 그 덕에 전작보다 더 많은 등장인물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나름 생동감 있는 캐릭터에 몰입하며 큰 무리 없이 적당히 재미지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이것도 상당히 좋은 재능이라고 할 수 있죠.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는 아야카라는 이름의 여중생이었는데, 이 녀석이 히스테리를 잔뜩 부리고 시건방을 떨 때마다 소설 속으로 들어가서 머리라도 한 대 콕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으니 할 말 다 했습니다. 물론 그런 성격이 형성된 것도 다 이유가 있지만요. 왠지 <아따아따>의 단비가 사춘기를 겪으면 저렇게 될........... 아,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ㅠ_ㅠ)

아무튼 이번 소설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딱 기대한 만큼의 소설이었습니다. 물론 <고백>만큼의 임팩트나 쇼킹은 없었지만 적어도 평작 이상의 몰입감은 있고 같이 언급하진 않았지만 같은 사회파 소설로써 그 메세지가 전작보다는 더 선명했다고 생각했기에 다 읽고 나서도 그렇게 큰 아쉬움은 없었던 소설입니다. 책 뒤의 역자 후기를 읽어보니 그새 본국에서 다른 신작을 또 내신 모양인데 얼마 뒤에 또 국내에 나올련지 모르겠습니다. 아, 나와도 수능 끝나고 나와주길.. 으헝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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