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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후기

얼음나무 숲

엠코 2010. 6. 30. 17:56



얼음나무 숲 / 하지은 作 / 노블레스 클럽(로크미디어)

사실 이 책은 아주 먼 옛날에 사서 읽었던 책인데, 지금에 와서 다시 읽어보니까 재미는 물론이고 소설 쓰는 법 독학하는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써보고 싶은 문체에 가까웠던지라 한번 리뷰 아닌 리뷰를 짤막하게 적어내봅니다.

이 책을 접하게 된건 정말 지극히 우연이었습니다. 그냥 나름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이 뭐가 있을꼬, 하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이 책의 리뷰를 발견하고는 신통치 않은 표지와 심상치 않은 좋은 평가에 그렇게 큰 망설임은 없이 바로 구입을 했습니다. 그리고 왔을 때에는 딱 지금처럼 시험을 앞두고 있던 처지라서 읽는 걸 뒤로 미루고 시험부터 적당히 잘 치르고 나서 나름의 기대를 안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시작부터 상상 이상이더래는 겁니다.

장르는 판타지라고 합니다. 국내에서 판타지 소설이라고 하면 대부분이 그저 그런 양산형 판타지가 대부분이라고들 하는데, 일단 이 작품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도 여태 봐왔던 소설들하고는 많이 달라보입니다. 읽어보면 그런 생각이 훨씬 더 강하게 들게 되구요. 그도 그런 것이 보통 양산형 판타지 소설의 특징은 판타지 '어드벤처'가 대부분이고, 이 작품은 판타지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등장인물들의 모험을 다루는 게 아니라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와서 부딪히는 갈등이 대부분이다보니 아무래도 다른 판타지 소설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판타지 드라마 중에서도 아마 탑 클래스가 아닐까 합니다.

스토리를 이해하는 쪽으로 여태까지 한 서너번은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참 내용이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 게 가슴이 아프기도 하면서도, 이 이야기의 메인 아이템인 다양한 음악의 향연들이 비록 글을 읽는거지만 실제로 그 아름다운 음악들을 듣고 있는 것처럼 나름 묘사가 잘 되어있어서 (책 표지 뒤쪽에도 나와있지만) 마치 이런 맛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퓨전요리 한 접시를 먹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전개도 생각보다 시원시원해서 400쪽이 넘는 분량을 평소보다 훨씬 더 빨리 읽게 되더라구요. 그러면서도 꽤나 탄탄하게 구성된 스토리 덕에 각각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몰입도는 상당했습니다. 특히 모든 것이 밝혀지는 결말 부분에서는 제 나름대로 전율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인상 깊으면서도 속이 뻥 뚫리게 만드는 결말은 여태까지 읽어봤던 소설들 중에서는 전무한 것 같네요.

이 작품 덕에 하지은 작가님께 확 꽂혀버린지라 그 이후에 선보이셨던 작품 중 하나인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도 꽤나 재미있어서 몇 번을 계속 읽고 있기도 합니다. 원래부터 작가로 활동할 생각은 없으셨다고 하는데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필력이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아암~ 다음 작품은 언제쯤 나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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