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got-animated short film from liok on Vimeo. 썸네일에서 느껴지는 것도 있겠지만, 애니메이션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과장된 설정이 눈에 띄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도입부의 분위기는 비교적 고상한 편이지만 이 작품에서 다루는 주요 사건은 다름아닌 '요리 쟁탈'입니다. 비둘기떼를 자유롭게 몰고 다니는 어떤 거지 나부랭이가 배달 중인 요리를 빼앗으려고 악전고투를 펼친다는 내용인데, 그 사이에 벌어지는 짧지만 굵은 추격 레이스가 제법 볼만합니다. 절정에 달할 때는 '저 쟁반 하나 빼앗을려고 별 짓을 다 한다' 싶을 정도로 과격하고 역동적인 장면이 다소 등장하는데 그게 황당하다 싶으면서도 영상은 참 때깔나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레이스 중간에 도시 전경을 크게 잡아..
Losers from Everynone on Vimeo.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도 제 자신이 왕따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또래에 비해 약점이 꽤 많다고 자부합니다. 그 약점 때문에 불편한 시선을 받은 적도 많이 있구요. 그래서 그 약점을 어떻게든 없애보려고 노력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더 이상한 애로 취급을 받았죠. 반대로, 상대적으로 약점이 많은 친구를 비하하면서 놀려댄 적도 있습니다. 대화할 때는 최대한 친절하게 대답하다가 따로 있을 때는 몰래 뒷담을 까고 그랬습니다. 참다참다 그렇게 된 거라고 나름대로 변명을 하고 싶지만 놀린 건 사실이니 크게 부인은 못하겠습니다. 이 경우에는 얼마 전에 사건이 한번 심하게 터져서 결국 저를 포함한 몇 사람과 그 사람 사이에 소통의 창구를 ..
'이걸 소개해도 될려나?' 하고 꽤 오랜 기간 동안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분명히 엄청나게 잘 만든 뮤직비디오인데, 이게 애니메이션이라지만 혈흔 효과가 장난이 아니라서 말이죠. 막상 촬영은 흔히 볼 수 있는 애들 장난처럼 이뤄졌는데 거의 모든 장면에서 피가 튀기고 한번은 내장이 튀어나오기까지 하는 꽤나 자극적인 모습으로 채워지니.. 이거 아이들이 주인공인 작품 치고 정말 얄짤 없습니다. 살짝 언급했지만, 이러나 저러나 뮤비 자체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름대로 잔혹성은 좀 있어도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생각은 확실히 들었고, 노래도 캡짱으로 좋았던 터라(사실 노래는 이 영상을 통해 처음 들어봤는데 중독성이 상당한 듯) '어머, 이렇게 잔인할 수가'..
Hero from Miguel Endara on Vimeo. 한 남자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연필로 가볍게 스케치를 합니다. 한창 부드럽게 선을 그어가다가 어느 순간에 다른 펜을 꺼내들더니 점을 하나씩 찍기 시작합니다. 정확하게 하나씩 찍어가던 점은 어느새 10만개를 넘고, 50만개를 넘어, 100만개까지 가더니, 무려 3,213,000개에 이르러서야 마무리가 됩니다. 그리고 보여지는 결과물은, 다름아닌 자기 자신의 익살맞은 얼굴입니다. 중반까지는 그냥 맹하게 보다가 무언가 하나의 그림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놀라움에 눈이 번쩍 뜨이게 되고,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는 경악을 금치 못함과 동시에 재기발랄한 그림의 설정 덕분에 살짝 웃으면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분명히 영상으로만 봤는데 뭔가 알 수 없는, 이를테..
MEET MELINE : THE 3D ANIMATED SHORT FILM (by Sebastien Laban & Virginie Goyons) from Sebastien LABAN on Vimeo. 또 하나의 멋진 작품을 소개합니다. 사실 공개된지는 꽤 오래 되어서 '이런 작품을 이제서야 찾다니'하는 후회감도 좀 들지만.... 스토리는 단순한 편입니다. 나무를 등진 어느 창고를 배경으로 한 소녀에게서 벌어지는 아주 짧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사실 스토리만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매력이 있는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편의 특성상 많은 이야기를 보여주는건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그 점 때문에 다소 급하게 마무리되는 작품이 적지 않았거든요. 이 작품도 나름대로 그런 느낌을 조금 받았는데, 다행히도 스토리의..
Moving Day from Jason Wingrove on Vimeo. 아, 오랜만에 적당히 재미있는 단편을 또 하나 찾았습니다. (엔딩 크레딧을 제외하면) 대략 7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 작품인데, 사실 크레딧이 뜨고 나서 잠시동안 영상과 크레딧 애니메이션 사이에서 괴리감을 조금 느꼈습니다. 이 단편, 썸네일만 보면 다소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를 풍기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시작은 굉장히 산뜻합니다. 새 집으로 이사를 온 소녀가 '여기가 내 새로운 보금자리구나'하는 눈빛으로 집 구경을 시작하는데 그 때의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가득한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상도 상당히 깔끔했던데다 감탄을 내지르게 하는 장면도 하나 있어서 앞으로 벌어질 사건을 기대하며 호기심 가득 안고 ..
The Goat and The Well from Benjamin Cady on Vimeo. 심플하지만 재밌는 작품이 또 하나 있어 소개해봅니다. 크로키에 가까운 심플한 그림체로 그려냈지만 두 주인공의 행동과 표정이 잘 드러나있고 작품 내에서 벌어지는 상황도 꽤나 익살맞아서 5분 가량의 러닝타임 내내 재미지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명확한 선악 구분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골칫덩이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 중에 이런 스타일이 적잖게 있는 모양입니다. 도 그 중 하나겠죠? 이 작품은 미국 뉴포트 대학의 학생이었던 제작자 분께서 졸업 작품으로 만드신 단편으로, 오타와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등의 자리에서 베스트 대학생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학생 이름으로 올라오는 ..
이 블로그에서는 6월 5일 자로 올라온 exci님의 Ultravision 소개글을 끝으로 'BMS'라는 컨텐츠를 더 이상 다루지 않습니다. Q&A에서 이미 한참 전에 언급을 했던 부분인데 가끔씩 모르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서 짤막하게라도 따로 글을 남겨보려 합니다. BMS에 관련된 포스팅은 앞으로 이 블로그가 아닌 Rainbow.Box에서 이어집니다. 실제로 지난 6월 9일부터 이 곳에서 새로 포스팅을 시작해 느릿하게라도 이것저것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있다면, BMS라는 컨텐츠와 이 블로그에서 소개하는 다른 컨텐츠들이 서로 잘 어우러지지를 못하는 것 같다, 정도일까요? 영화나 소설, 플래시게임 같은 것들에 비해 BMS는 지극히 마이너스러운 녀석이라서 '같이 다룰 바에야 차라리 분업을 하자'라고..
Murmuration from Sophie Windsor Clive on Vimeo. 이 영상을 보고 Murmuration이라는 단어가 무슨 의미인가 한번 살펴봤더니 '찌르레기 떼'라는 뜻이 있더군요. 제목은 그를 뜻하는 모양입니다. 정말 대단했습니다. 여행 중에 우연히 마주하게 된 수백마리의 새들. 그들이 보여주는 화려한 비행을 담은 2분 남짓의 짧은 영상입니다. 실제로 영상에서 등장하는 시간은 1분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보여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마치 동선을 미리 짜놓기라도 한 듯이 일정한 대형을 유지하며 날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실제로 보면 얼마나 소름이 끼칠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쉽게 볼 수 없는 장..
소란한 보통날 | 에쿠니 가오리 장편소설 | 소담출판사 다 읽은 지는 꽤 오래 되었는데 어쩌다보니 감상문은 좀 늦게 내게 되었습니다. 워낙에 편하게 한장한장 읽어내려가서 그런걸지도 모르고, 그냥 속 편하게 얘기해서 귀찮은걸지도 모르고.. 하지만 이젠 귀찮아도 할 건 해야죠. 수능도 끝났는데 몸이나 머리는 제 말을 아직도 잘 안 들어요. 언제 한번쯤은 읽어봐야 되지 않나, 하고 생각했던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도 읽어보고 싶었고 미리보기로 살짝 접한 도 꽤나 끌렸고… 그러다가 우연히 기회가 생겨서 이 책을 처음으로 작가님의 소설을 접해보게 되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야금야금 읽었습니다. 그리고 느낀 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좀 독특하다. 다 읽고 나서 '소란한 보통날'이라는 이 책의 제목이 어찌..
Little Boat from nelson boles on Vimeo. 여기, 조그만 배가 하나 있습니다. 앙증맞고 예쁜 돛단배입니다. 이 배는 누군가의 품에서 떠나 바다를 유랑하기 시작합니다. 이 배는 정처없이 돌아다니던 중 또 다른 누군가와 만나게 됩니다. 그들은 이 배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위협을 하거나 가차없이 해를 입히기도 하고, 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4분 내내 잔잔한 분위기 아래 전개되지만 다 보고 나서의 느낌은 꽤나 남다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누군가를 만나 벌어지는 사건과 장애물들을 지켜보면서 두근거리기도 하고 심장을 바짝 졸이기도 하는 등의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시원한 푸른색이 보여주는 산뜻한 출발, 흙빛으로 둘러싸여 좌절만이 남은 중반부, 그리고 어디선가 찾아온 희망..
아, 아.. 씨발.. 아, 알았어.. 제발.. 쪼, 쪼지만 마라. 응? 말도 통하지 않을 녀석한테 본능적으로 그렇게 얼버무리면서 말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상상을 뛰어넘는 거대한 몸집 때문이기도 했고, 그 매서운 눈빛과 날카로운 부리가 충분히 나를 쪼아먹고도 남을만한 뭔가를 뿜어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음에도 나는 순간 내가 이 거대한 새 한 마리에게 말을 건넸다는 게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어버렸다. 동시에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냐고 나 자신에게 속으로 한 번 더 물어보았다. 당연히 답은 안 나온다. 주변에 누가 말해줄 사람도 없다. 새의 주변에는 알껍질의 파편 같은 것들이 쌓여있었다. 그걸 보고서 이 새가 알에서 막 부화했구나 하는걸 혼란스러운 와중에 간신히 ..